화려한 대항해시대의 영광 후
항구 도시 리스본에 남은 노래
포르투갈은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어 일찍이 정복의 영광을 누렸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바다 건너의 땅을 발견하고자 아프리카 대륙,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뻗어나갔고, 식민지 영토로 만들었다. 항해를 통해 뱃길을 개척했다는 자긍심과 자신감은 건축, 문학, 문화예술로 남겼는데, 대항해시대를 기념하는 ‘발견기념비’, 인도를 찾아 항해했던 바스쿠 다 가마의 귀환을 기념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렘탑’이 그 영광의 흔적이다.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되어
바람이 거세게 불던 어느 날.
돛배 난간에서
슬픔에 차 노`래 부르던
어느 선원의 가슴에서
파두는 태어났네“
- Fado Portugues(포르투갈의 파두)
포르투갈인들의 고유한 노래 파두(Fado)는 대항해시대 이후의 역사를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두는 바다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온 리스본 사람들의 그늘진 삶, 대항해시대 때 바다를 떠난 사람들에겐 고향에 대한 향수, 육지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등이 담긴, ‘숙명’적인 노래이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문학가 페르난두 페소아와 국민 시인으로 칭송되는 루이스 바즈 드 카몽이스 등 여러 문학가들의 시를 노래한 고급 예술이기도 하다.
포르투갈로의 여행은 바로 그들의 노래, 파두에서 시작된다. 한 편의 시처럼 흘러가는 노랫말에 포르투갈의 역사와 포르투갈인들의 삶이 간접적으로 담겨있고, 그들의 정서 ‘사우다드(Saudades)’가 진하게 배어 있다.
리스본의 골목, 모우라리아에서
파두를 만나다
리스본은 ‘일곱 개 언덕’의 도시이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알파마와 바이후 알투인데, ’리스본 파두‘의 진면모는 알파마 맞은편에 보이는 ’모우라리아‘에 남아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의 낡은 동네 ‘모우라리아’의 골목길 입구에서부터 파두의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데 골목 입구에 세워진 ‘파두 요람비’, 포르투갈 기타로 조각된 그 비석에는 ’파두의 요람, 모우라리아‘라고 적혀있다. 파두의 어머니로 칭송되는 ’마리아 세베라‘가 활동하던 곳,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에스메랄다 아모에두, 아르젠티나 산토스, 프란시스쿠 마르티뉴 등 전설적인 파티스타가 태어났거나, 거주하거나, 파티스타로서 중요한 시기를 보낸 곳이 바로 이 모우라리아다. 오랜 시간동안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온 예술 파두는 현재 리스본의 알파마에 거주하며, 그들을 기억하는 영국의 작가 카밀라 왓슨의 작품(벽화)로도 볼 수 있다. 이외 코임브라 지역 대학가를 통해 내려오는 ‘코임브라 파두’ 등 다양한 형식과 형태로 노래하며, 파두하우스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파두에 대해 물어오면 나는 말하지.
그건 모우라리아에 있는 보헤미안이며, 방랑자라고.
그 아버지는 바스쿠 다 가마의 돛배까지 탔던
버림받은 사람이지.
알파마의 낡은 골목에서 온
뱃사람보다 더한 더러운 부랑자라네.“
- Biografia do Fado(파두의 전기)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부터
그 뒤를 잇는 마리자 그리고 신세대 파티스타까지
리스본 파두의 대표적인 명곡, ‘검은 돛배’로 유명한 파티스타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는 ‘파두의 여왕’으로 칭송된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숄을 두른 채 호소력 깊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국내 월드뮤직 애호가들에게도 익숙하다. 특히 서민의 문화로 여겨지던 파두를 예술문화로 격상시켰기에 포르투갈인들은 그녀를 파두를 넘어 포르투갈 문화사의 국보급 인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리스본 곳곳에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박물관’, ‘뱃머리의 기타 조각상‘,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정원‘, 그리고 파두 전문 방송국 ’라디오 아말리아‘ 등으로 그녀를 기억하고 여전히 함께 한다.
“파두는 나의 숙명과도 같은 형벌,
그저 잃어버리기 위해 태어난 것.
내가 말하는 것,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모든 것이 파두라네.
- Tudo isto e fado(이 모든 것이 파두라네)
그녀는 1999년 사망하고 국립 판테온에 안치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그 뒤를 잇는 신세대 파티스타들이 여전히 생겨나고 있다. 다시 한번 파두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린 ‘마리자’,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와 함께 활동하며 연륜 있는 남성 파티스타인 ‘카를로스 두 카르무’ 뿐만 아니라 주목받는 신세대 남성 파티스타 ‘히카르두 히베이루’,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명곡을 많이 노래했지만, 대중적이고 파격적인 파두를 선보이는 ‘둘스 폰트스’, 개성 넘치는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미지아’가 있다. 또한 1980년대생 파티스타로 꼽히는 ‘지젤라 조앙’, ‘카르미뉴’, ‘하겔 타바레스’ 등은 실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뉴파티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파두는 흔히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한 국가에서 역사의 굴곡을 거쳐 수백 년간 쌓인 정서를 단숨에 이해하고 정의내리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결국엔 사람 사는 이야기와 보편적인 감수성을 담고 있는 파두를 들으며 그 노랫말을 살펴 읽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고유한 정서 ‘사우다드’의 면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