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개진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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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선
(쿠쿠루쿠쿠(cucurrucucu))
120*188mm / 176p / 양장제본
들어가며
무덤 위에 놓인 단어
모든 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
구부정한 숨을 쉬는 구부정한 사람
연기를 모으는 섬의 주인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선택
허공을 떠도는 끝과 시작의 인사
눈물에 대해 하는 전부
기도의 무게
새하얀 새 한 마리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알지만
악어가 나오는 작은 연못
태어나고 또 사라지는 일
세 종류의 기다림
곳
8개의 굳은살
사이와 사이 사이의 간격
길 위에 누운 차가운 몸
햇빛 한 뼘
당신은 무엇을 봤어요?
사슴과 사탕
사바아사나
어쩔 수 없는
포개진 계절
1년 동안 주변의 초록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초록의 이미지를 담으며 계속해서 떠올린 것은 죽음이었다. 반짝이며 빛나는 것들 안에 기쁨이 있다면 그 뒷면에는 언제나 동일한 질량의 슬픔도 있다. 길을 걷다가 만난 초록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푸릇함이 주는 생명력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이 떠올랐다. 생명이 있는 곳엔 죽음이 있고, 진실이 있는 곳엔 거짓이 있고, 순간이 있는 곳엔 영원이 있다.
서로 반대되는 것들 사이에는 도무지 떼어놓을 수 없는 단단한 연결이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면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서로가 없으면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포개진 계절>은 초록의 뒷면에 관한 책이다. 초록 뒤에 켜켜이 쌓인 수많은 계절과 죽음, 사라짐에 관한 이야기. 결국 이 모든 건 조화(harmony)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