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멀고 나는 여기에 있지만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그곳은 멀고 나는 여기에 있지만』은 작가 하정 혹은 썸머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던 독자들에게 전하는, 지난 10년의 안부다. 10년 전 출간된 『이런 여행 뭐, 어때서』의 'Part 2. 유럽 여행 이야기' 편을 다시 다듬고, 그때 만난 이상한(?) 사람들의 10년 후 소식을 부록으로 더해 독자에게 다시 띄우는 안부.
제대로 실패한 여행, 실패해서 다행인 여행
아일랜드 장애인 공동체 캠프힐에서 9개월의 자원봉사, 그리고 이어진 3개월의 유럽 여행. 구글맵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에 떠난 이상한 여행에서 썸머는 사람들로 점철된 여행을 하고야 마는데…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여행’이었다. 그야말로 제대로 실패한 여행이었다. 실패해버려서 다행인 여행. 낯선 이에게 자신의 카우치를 내어주고 한 접시의 파스타를 권하던 이상한 사람들을 따라 썸머는 새로운 여행 루트를 창조(?)하며 유럽을 떠돈다. 아일랜드에서 출발한 여행은 벨기에, 체코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프랑스로, 그리고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작은 마을 시라쿠사에서 마무리된다.
사람을 믿는 것은 결국 나를 믿는다는 것
한 미국인이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가기 전, 경비 절감을 위해 1500명의 아이슬란드 대학생에게 자신을 재워줄 수 있냐는 메일을 보낸다. 50여 통의 답장을 받은 그는 낯선 이의 집에 머무는 여행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시작된 여행자 네트워크를 부르는 이름 ‘카우치 서핑’. 10년 전 썸머는 카우치 서핑을 통해 낯선 이들을 만났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이름 모를 계곡에서 어제 처음 만난 사람과 인생 첫 점프를 하고, 마피아를 조심하라는 온갖 불안한 후기에도 엊그제 처음 만난 사람이 권한 ‘나폴리 피자’를 먹기 위해 나폴리로 가는 여행이라니. 처음이었다. 온몸으로 부딪치고 내 몸에 고스란히 새겨지는 여행, 사라지지 않아도 좋은 상처를 만나는 여행은.
내 인생 캔버스에 떨어진 커다란 물감 방울들, 내 인생 나무를 한 켜 한 켜 구성하고 있는 나이테들
그때의 낯선 사람들은 이제 가족 같은 모습으로 썸머 곁에 있다. ‘피부색도 쓰는 말도 다른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찾으면 되는 사이’로, 여전히 소식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녕을 살핀다. 그곳의 친구들도 이곳의 썸머도 그 사이 모두가 달라졌고 앞으로 꾸준히 변할 테지만, 시간과 경험, 관계의 정수는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음을 10년의 시간을 품은 책을 다시 내보이며 확인한다. 클라라, 알렉산드라, 티카, 이바, 니코, 루돌프, 로익, 루카, 초초, 그리고 썸머. 2021년 여름, 이들의 가족 앨범 같은 이야기가 생기 넘치는 사진과 함께 독자에게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