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문장
l/ 나는 어쩌면 이 조각난 마음 모두를 사랑했을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마음들이 향하는 모든 곳이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마음들이 사라지면 내 마음에 단 한톨의 사랑도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조각난 마음들이 결국 내가 품는 사랑의 전부라는 것을, 그 모든 것이 사실 사랑이었음을, 나는 사랑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음을, 나는 사랑의 원형을 아주 조금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음을, 끝끝내 부여잡고 싶었음을.
l/ 내 한계와 아슬아슬 싸우며 해낸 것들은,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올 때는 말이야. 오늘의 나를 더 사랑해주게 되는 것 같아. 그러면 난 좀 더 사랑을 담아서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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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 없는 모호한 마음으로 너를 희롱하는 일이 없기를, 깨끗하고 선명한 마음으로 너를 응원하기를. 나는 조각난 마음이 이토록 어려웠으므로, 너에게만큼은 결코 조각난 채 다가가지 않기를, 아주 애써서 온전한 마음을 줄 수 있기를, 고스란히 꺼내어 보일 수 있을 때까지 사랑을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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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아무리 굳건한 약속을 했다고 해도, 시간은 때론 잔인하게도 약속의 때에 우리를 엄한 곳에 데려다 놓기도 하는 것 같아. 우리가 약속한 때에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려면, 매 순간 그 지점에 의지에 의지를 더해야만 했을텐데, 조금 게을렀는지 우리는 약속한 때에 약속한 곳에서는 마주치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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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땐 그냥 시간에 기대보기로 했다. 어느 날 시간이 데려다 준 세상은 어쨌든 지금과는 다를 테니까. 지금보다 더 빛을 잃은 세상은 내 생에 없어야 하니까. 나아지는 일만 있는 세상이라면 살만하다고, 살아야겠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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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살아나가자, 하루 살 힘만 주신다, 하루를 아주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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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들은 언제나 참 다양한 이유로 내 삶에 나타나 주었고, 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 때 그 때 다른 이유로 매번 다른 책들을 펼치곤 해. 내가 미처 나의 언어로 정리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황 속 수많은 감정들을, 마치 나 대신 기록해 준 것 같이 쌍둥이 같은 마음을 가진 문장을 만나면 정말 속절없이 사랑하게 돼. 그리고 감사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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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 이렇게 이곳에 이런 모습으로 태어난 거, 앞으로 별도 달도 더 많이 보고, 노을에도 더 많이 감탄하고, 피는 꽃 지는 꽃 더 바라봐주며 소소하고 따스하게 여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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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잖아, 앞으로 우리 어떤 일이 생길지는 잘 모르겠는데 조금 아쉽고 힘든 날이 있어도 그냥 움직여보자. 그냥 매일 한 걸음이라도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여보면, 그렇게 이어진 삶들이 우리를 어딘가로 이끌 것 같아.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나 여기까지 왔네. 그리고 여기, 정말 좋네 !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그냥 배회할까? 어떤 뚜렷한 목적이 없대도 그냥 그걸로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그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