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장녀
아시아의 장녀는 건드리지 말라는 인터넷 밈이 있다. 차분해 보여도 알고 보면 미친년이라서.
그럼, 장남, 차남, 차녀, 막내, 외동들은 건드려도 된다는 말일까? 아닐 것이다. 누구든 건드리면 좋아할 사람은 없다. 장녀라고 다르겠는가.
아시아의 장녀들이 차분해 보여도 어느 순간 갑자기 미친년이 되는 이유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각자 뜨거운 분노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옐로카드를 던져야 하는 바로 그 순간에 던지지 못하고 참다가, 100개쯤 쌓인 옐로카드에 불을 붙여 레드카드로 만들어 던진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비정상적이긴 하다.
그 분노버튼은 자신의 뒤에 태어난 존재(주로 남동생)로 인해 받는 처우와 태도의 온도 차이를 오랜 시간 너무 많이 참다가 생긴다. 그녀들도 그 분노버튼을, 그 옐로카드를 쌓아놓고 싶지 않았다.
웬만한 것, 그리고 웬만하지 않아도 원만한 가족 분위기를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참아왔던 장녀의 내면은 이미 많은 분노가 응축되어 있는 폭발 직전의 상태, 옐로카드들의 방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장남은 집안의 모든 기대와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다. 장남 뒤에 누가 또 태어난다 해도, 장남에게 쏟아지는 특별한 혜택과 견고한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장남 우대 풍속은 아시아와 한국을 넘어 아프리카, 유럽 만국공통이다.
스무 살 때, 동생의 돈을 훔쳤다는 누명을 쓴 일이 있었다.
돈은, 동생의 방 서랍 안에서 나왔지만 나에게 다짜고짜 누명을 씌웠던 동생을 비롯해,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물론 이 일로 내가 삐진 것도 맞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큰 지분의 일은 아니다. 이 일 말고도 이전부터 비슷한 맥락의, 다양한 버전의 사건은 비일비재했다. 도둑 누명은 수없이 많은 사건들 중 하나일 뿐.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산 지 3년 반 정도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30대 초반 어느 시기에 며칠 정도, 길면 한 달 정도 연락하지 않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길게 연락과 발길을 끊은 적은 처음이다.
연락을 끊기 1년 전, 엄마가 연락이 와서 뜬금없이 남동생에게 500만원만 주라고 했다.
“너, T(남동생)에게 500만원만 보내라.” 정말 딱 이 워딩으로 연락이 왔다. 앞뒤 설명 하나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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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저에게 동생에게 돈을 주라고 한 이유. 무엇이었을까요? (장녀라면 충분히 짐작 가능)
자세한 에피소드는 책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