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슬로건과는 달리, 어디에도 그냥 ‘살기 좋은 도시’는 없었다. 상황과 조건에 따른, ‘나랑 잘 맞는 도시’가 있었을 뿐.
그래도 도시와 사람이 똑같지는 않은 것이,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랬지만 도시는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었다.
내가 체코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했을 때, 엄마는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이 반년 동안 살아 본 유럽에 딱 맞지는 않았다.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유럽인들은 그들에게 알맞은 도시를 만들어냈고, 도시는 다시 그들의 삶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실로 거대한 순환이었다.
그걸 본 나는, 우리가 도시를 바꾸고 도시가 다시 우리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순환에 미미하게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유럽에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놓았는데, 이에 대답부터 하자면 [얼마든지]이다!
당신이 유럽의 도시 스타일에 맞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말이다.
그 판단에 도움이 되라고 유럽의 도시 스타일과 유럽인들을 여기, 이 책에 얼마간 담아내었다.
혹여 유럽에서의 파란만장한 체류기나 외국에서 한 달 살기의 묘미 따위를 기대했다면, 나는 그런 글을 쓰지 않았다고 분명히 일러두고 싶다.
오히려 이건 유럽의 도시에 겹쳐 보이는 ‘한국의 도시와 도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 프롤로그,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