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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웨터
/
김현
(제철소)

110*178mm / 180p / 무선제본 / 날개o
당신의 낡은 스웨터를 꼭 닮은
단단하거나 물렁한 생의 짜임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으로, 시인 김현의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가 켄 로치와 그의 영화를 통해 ‘생활’을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스웨터라는 옷에 대한 사유를 통해 다양한 텍스처로 이루어진 우리의 생을 들여다본다. 스스로를 ‘스웨터성애자’라고 밝히는 시인의 스웨터 예찬론은 단지 옷이라는 물성을 넘어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로서의 보편성을 획득한다.

“한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무념무상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가 언어의 털실로 정성껏 짠 스물여섯 벌의 스웨터에는 단단하거나 물렁한 생의 짜임, 즉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로새겨져 있다.



책 속 문장
/
기본에 충실한 옷은 시간에 충실한 옷이다. 시간을 즐기는 옷. 그런 옷은 언제까지고 새롭다. 구멍이 숭숭 뚫린 흰색 티셔츠나 올이 풀린 스웨터가 최첨단의 옷으로 태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낡아 헤지는 옷이 있고 오래되어 새로워지는 옷도 있다. 그런 옷들은 시간에 주눅 들지 않는다. 오래전 아버지가 입던 조끼나 어머니가 입던 카디건을 꺼내 코르덴 바지, 체크코트와 매치해보면 느끼게 된다. 스웨터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현재하는 옷이다. --- p.13

눈빛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 내가 바라보는 눈동자의 반짝임은 어떻게 불리었을까. 별이라는 말이 없을 때 하늘에 반짝이는 것은 아, 였을까 오, 였을까. 사랑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은 손을 먼저 잡는 것이었을까 발을 먼저 맞대는 것이었을까. 노래라는 말이 없었을 때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목소리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자연의 소리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욕심과 살육과 재앙은 하나의 말이 아니었을까. --- p.21

어릴 때 엄마가 털실로 떠주는 옷을 좋아했다. 매년 겨울마다 하나씩 떠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앞판과 뒤판의 연결이 살짝 맞지 않기도 했고 애써 넣은 다이아몬드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 옷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유일한 것이었다. 팔지 못하는 옷은 그 팔 수 없음으로 해서 값어치 있어지기도 한다. --- p.29~30

기온에 맞춰 스스로 골라 입는 스웨터 한 벌 역시 나는 어떻게 계절을 사는 사람인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계절에 드러나기를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묻어가길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떠나고 싶은 사람. 이 계절에 머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입는 스웨터는 모두 다 다른 계절적 감각을 가졌다. --- p.43~44

젊은 엄마가 나를 버스에 다시 태우고 사람들을 피해 버스 옆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모습.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엄마는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었다. 그때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엄마가 떠준 스웨터였는지, 엄마가 남대문 시장에서 사준 겨울옷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때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당시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엄마가 떠준 에메랄드빛 스웨터이며, 또한 엄마가 롱코트에 부츠를 신고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 있었다고 기억하게 된다. 엄마는 아마도 그 겨울의 일을 잊었을 것이다. 그녀 자신이 입고 있던 옷도.
이제 두 번 다시 시골집의 엄마가 떠주는 삐뚤삐뚤한 스웨터를 입어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얼마나 막막하고 아름다운지. --- p.70~71

처음 스웨터를 주제로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스웨터를 직접 짜보자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품었더랬다. 뜨개질 관련 책자를 찾아보았고, 털실과 바늘의 종류, 뜨개 기술에 대해서도 검색했다. 생각처럼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쉽게 포기했다. 그리고 깨우쳤다.
‘아, 스웨터를 짜는 것은 편지를 쓰는 일과 같구나.’
스웨터를 짜려고 하는 이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털실도 바늘도 아니고 익혀야 할 것은 뜨개 기술도 아니었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누구’였다. 누구를 위하여 뜰 것인가. 받는 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뜨개질의, 스웨터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 p.76

오늘은 길을 걷다가 길고양이에게 물을 떠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이들과 자주 마주쳤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되는 계절의 말은 아마도 ‘상당히 상냥한 초겨울’이다. 초겨울의 상냥한 사람과 무심한 고양이와 달큰한 스웨터는 어쩐지 절묘하게 한통속 같다. --- p.107

스웨터를 떠보기로 했을 때 놀란 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털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더 놀란 건 그 털실에 모두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 사물의 세계는 그 자체로도 놀라운 것이지만 사물의 이름이 조성하고 있는 세계는 경이로웠다고 할까.
털실의 색과 질감에 대한 설명과 이름을 결합하여 하나하나 훑다 보니 털실의 이름만으로도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짓는 일이 뜨개질로 비유되는 이유는 간명했다. 태초에 털실에 이야기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었다. 한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무념무상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부르는 일은 얼마나 외롭지 않은 서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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