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생각하면서 버리면서 나아가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습니다. 걷고 난 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 인생에 있어 어쩌면 작은 이 순간을 단단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길 위의 인연들이 저의 앞에서, 저의 뒤에서 그저 걸어 나가느라 미처 목격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느리지만 분명하게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고백을 건네는 제 마음의 반영(反映, Reflection)이 비춰진 우리들의 소행성이 이룬 작은 우주에서 우리만의 까미노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온, 우리가 만든, 우리가 만들어 나갈, 작지만 거룩한 이 세계, 까미노 유니버스(Camino Universe)입니다.
저의 발걸음이 당신에게 닿아 함께 우리의 옳은 길로 걸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저는 혼자 걸었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20kg의 짐, 779km의 거리, 40일의 시간,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든 순간을 당신에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