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가 읽었던 것들은 뭐였을까.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원초적인 끌림을 당신에게 줄 수 없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 그 슬픔과 확신으로 등대의 빛을 채우고 사랑의 배를 띄운다. _24쪽, 「하루키로 섹스를 배운 끔찍한 혼종」
어디서나 욕망받아야 한다고 배웠다. 엄마도 나에게 입술에 뭣 좀 바르라고, 살 빼고 치마 좀 입으라고 했다. 발이 더 커지지 말라고 사이즈가 작은 신발을 사 주었다. 젊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것을 하나씩 들어줄 때마다 내 목소리와 행동을 하나씩 빼앗기는 기분이 든다.
_27쪽, 「스테이지」
예쁜 조명이 군데군데 묻은 수백 명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내가 일생 동안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두 모으면 이만큼의 이런 모습일까 생각했다.
_80쪽, 「일생 동안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싶었어. 어떻게 날 사랑하지 않으면서 내 노래를 사랑했어?
_155쪽, 「귀엽고 잔인한 사람이여」
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러나 예전처럼 나를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_162쪽, 「사랑하는 미움들」
나의 부재를 가장 슬퍼하고 나를 가장 기억하는 사람은, 내가 원하는 사랑을 정확하게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
이런 것도 사랑이라면,
이 세상을 살아가며 나만이 나를 사랑했을 뿐. _171쪽, 「죽어」
나는 또다시 우리가 살아 있다는 데에 안도하고 안심하고 고맙고 눈물이 나요. 제 이야기를 읽어줘서 고마워요. 어떤 부분이 좋았을지 궁금하지만 쑥스러워서 물어보기 어렵네요. 다만 한번 봐주셨다면 그걸로 무척 기뻐요. 저를 읽고 기억하거나, 잊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있어주어 고마워요. _207쪽, 「에필로그_ 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