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꾼이자 살림꾼으로 살고 싶다”
‘집안 살림’, ‘지구 살림’을 걱정하는 두 먹보의 치열한 고민
이 책의 작가 편지지와 전범선은 먹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어느 날 전처럼은 살 수 없게 되었다. 이제껏 먹고 살아온 삶이 ‘나’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세상’을 얼마나 망치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변하기로 했다. 비건이 되었다. 더 이상 동물을 먹지 않고, 동물 가죽, 동물 실험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지금 더 잘 먹고 더 잘 산다.
이 책은 비거니즘을 ‘살림’이라 번역하는 두 사람의 ‘집안 살림’과 ‘지구 살림’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매체에서 동물, 여성, 생태, 기후. 평등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온 두 사람은 동지이자 연인이다. 사진을 찍고 글 쓰는 ‘편지지’와 노래하고 글 쓰는 ‘전범선’은 결혼 아닌 식구로 산다. 식구가 되어 비건 식탁을 나눈다. 둘이 같이 하니 더 건강하다. 두 사람은 더 나은 나와 지구를 위해 ‘에고 아닌 에코’로서 살아보자 말한다. “사냥꾼이나 죽임꾼보다는 사랑꾼이자 살림꾼으로” 살아보자 말한다.
“비거니즘은, 무해한 삶으로 나아가는 소박한 첫걸음이다.
기후 우울증을 앓는 우리 세대의 가장 주요한 담론이다.”
편지지와 전범선은 책에서 육류와 유제품 소비가 세상에 얼마나 유해한지 진실을 나누고자 한다. 대한민국만 해도 한 해에 식용으로만 12억 마리 넘는 동물을 죽인다. 공장식 축산은 인류 최악의 범죄이자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소고기 1kg을 만들려면 옥수수 12kg이 필요하다. 육식이란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에게 식물을 왕창 먹이는 행위다. 중간 단계 없이 인간이 직접 식물을 먹으면 훨씬 효율적이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고기를 먹어야만 건강하다는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비건이 된 이후 더 건강해졌다. 편지지는 건강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가 동물과 지구에 대한 윤리 의식에 다가갔고, 전범선은 동물에 대한 윤리적 의식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가 건강의 혜택을 본 경우다. 항생제와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고통받다 도살되는 동물의 시체가 아닌, 햇빛과 비와 바람을 잔뜩 머금은 흙에서 자란 싱싱한 채소를 먹은 결과다. 채식은 몸을 죽은 동물의 무덤이 아닌, 정원으로 가꾸어 생명을 피우고 순환시킨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조금 더 쉽게 채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편지지와 전범선의 비건 레시피 9선 수록
기후 위기, 동물권, 건강을 생각해 채식을 시작하고 싶어도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기 일쑤다. 편지지와 전범선은 채식 생활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손쉬운 레시피들을 소개한다. 두 사람이 자주 나누는 음식 아홉 가지를 책에 담았다. 된장, 떡국, 나물, 버섯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건강하게 채식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반려견과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도 소개해 두어 모든 식구와의 건강한 한 끼가 가능하게 했다.
이 책은 말한다. “완벽한 비건은 어디에도 없다.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비건을 지향하는 백 명이 실질적으로 이롭다. 요지는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에 달렸다.” 첫 술에 완벽한 비건이 되지 않더라도,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노력하면 그것으로 된다는 둘의 따스하고 친절한 시선이 아홉 가지 레시피에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