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계십니까? 발등에 떨어진 불을 강 건너처럼 보고만 계십니까? 어제의 내가 싼 똥을 치우느라 욕을 바가지로 하고 계십니까? 환영합니다, 웰컴 투 더 미루미 월드! 할 일은 산더미인데 입으로만 ‘해야 하는데…’ 중얼거리다 책까지 내버린 우리나, 미루는 내용을 굳이 책으로 읽겠다고 집어든 여러분이나, 궁합도 볼 것 없는 천생연분입니다.
- 이진송의 프롤로그 중에서
이렇게 쓰고 보니, 미루미조차 미루지 않는 것이 뭐냐고 묻는 일은 니가 사랑하는 것은 뭐냐고 묻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얼음을 사랑하고, 언제든 친구네로 데려다주는 제 차의 기동력을 사랑하고, 제 팟캐스트를 기다려주는 마음들을 사랑하고, 배구선수 김희진과 작사가 김이나를 사랑해요. 진송 님이 미루지 않는 것은 뭔가요? 토요일 오후, 불법주차 스티커처럼 절대 안 떨어질 듯 바닥과 밀착한 진송 님을 일으키는 것들은 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일상을 사랑하는지 알려주세요.
- 곽민지의 '미루미조차 미루지 않는 것들' 중에서
한 인터뷰에서, 민지 님은 말했습니다. 저를 보면서 어떤 위안을 얻는다고요.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을 복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훌륭한 작가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하고, 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친 후 휴식을 한다는데…저렇게 엉망진창으로 살아도 좋은 글을 쓸 수 있구나.” 최근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고, 규칙적으로 먹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제법 괜찮은 인간이 되었다고 자만했던 저는 당황했지요. 뭐야, 왜 갑자기 때려요?
- 이진송의 '말하는 작가로 산다는 것' 중에서
미루미들은 미룰지언정 포기하지 않기에 관두미가 아닌 미루미이고, 피로를 감수하고 노동을 미루면서도 눈 앞에 있는 사랑하는 것들을 챙기거나 순간의 기쁨을 스스로에게 선사한 후 그 결과를 잔업으로 책임지는 사랑꾼들입니다. 그러면서 미리 모든 걸 해내는 미리미들을 겸손한 자세로 경배하지요, 누운 채로요. 사랑과 겸손,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먹여살리고 있는 거예요. 이걸 다 눙쳐서 “난 미루미야.” 하고 너털웃으면서요. 이런 나, 너무 멋지잖아요.
- 곽민지의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