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오롯이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아프게 되었으니까. 혼자서는 차마 채울 수 없는 새벽이 있다. 텅 빈 하루가 있다. 예술이 사람을 위로한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삶이 나를 이해하고 어루먼져 준다는 가장 일반의 위안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도 서로의 삶을 묻고, 나누고, 그걸로도 부족해 책을 펼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나에게 꼭 맞는 이야기를 만나 마음 내어주고 엉엉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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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우는 사람, 내일을 무서워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힘들어하는. 버티지 않고도 그냥 사는 법을 잊은 우리가 오늘도 한가득 고여있다. 영화 <노팅힐> 마지막 장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준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그쵸?” 참 쉽고도, 멋진 일. 누군가 손을 나에게 내민다는 것도, 나의 손을 잡으려 한다는 것도. 누군가 내 손을 잡으려 한다면,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다만 나는 당신에게 손 내밀고 싶다. 나를 잡아달라고, 그리고 당신손을 잡아주고 싶다. 기꺼이. 우리는 모두 망가져서, 서로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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