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영민’의 포르투갈 여행 에세이. 독특한 시선으로 포르투갈 여행을 기록한 영민은 독립출판계와 인스타그램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림과 사진, 여행지에서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가 콜라주되어 있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같다. 저자가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에서 보여준 감성을 유지하며, 포르투에서 이수한 미술 수업 일화 등 일러스트레이터의 방식으로 여행한 리스본과 포르투의 이야기를 더했다. 영민은 책의 부제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도시를 수집하는 방법’처럼, 도시가 주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떨어져 있는 것들을 줍는다. 때론 카메라 대신 연필과 노트로 여행을 기록하고, GPS를 켜는 대신 일부러 길을 잃는다. 그 여행 방식을 지켜보는 독자는 새로운 눈으로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걷게 된다. 자신만의 여행 방식을 깨닫고, 저마다의 조각을 줍고, 오롯이 자기 시선이 담긴 여행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도시를 수집하는 방법
여행이 흔해진 시대. 똑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SNS에 올라온 여행은 복제되고 다시 복제되며 흔하디흔한 여행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일까, 오롯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것은 점점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일러스레이터 ‘영민’의 여행 기록에 열광하고 그 흔적들로 만들어진 독립출판물과 물건을 구입해온 이들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여행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이 일러스트레이터가 얼마나 특별한 감각을 가졌는지를 일찌감치 알아본 듯하다.
유럽에서 주운 작고 예쁜 것들을 노트에 붙여 만든 『Small Collecting Book』, 나자레, 코스타노바, 마토지뉴스 등 포르투갈의 바다 풍경을 담은 『Sea of Portugal』. 이 두 권의 독립출판물은 감각적인 오브제와 사진, 책 만듦새로 시선을 끌었다. 종이와 판형은 물론, 직접 실과 바늘로 엮은 제본 방식에까지 자기만의 색깔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영민은 독립출판계와 인스타그램(@yyyoung_min)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는 일러스트레이터 영민의 독특한 시선으로 기록한 포르투갈 여행 에세이다. 직접 그리고 찍은 그림과 사진, 여행지에서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가 책 곳곳에 콜라주되어 있다. 책 자체가 한 편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같다. 기존 독립출판물에서 보여준 남다른 감성을 유지하며, 일러스트레이터의 방식으로 여행한 리스본과 포르투의 이야기를 더했다. 포르투에서 2주간 이수했던 미술 수업 일화는 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도시를 수집하는 방법’이 이 책에 모두 담긴 셈이다.
잘 관찰하는 사람, 잘 수집하는 사람, 잘 기록하는 사람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영민은 어느 순간 스스로 고갈되어가는 기분에 빠졌다.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절망감. 새로운 자극과 채움이 필요한 때였다. 유학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몇 년을 투자해야 하는 유학에는 큰 결단이 필요했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중 포르투에서 진행되는 <일러스트레이션 서머스쿨(illustration Summer School)>을 우연히 알게 됐다. 홈페이지를 보자마자 가슴이 뛰었다. 2주짜리 수업을 들으러 포르투갈에 가는 것은 작은 용기와 결단만 가진다면 충분한 일이었다.
영민은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에 2주간의 여행을 덧붙여 포르투갈로 향했다. 리스본에서 열흘, 포르투에서 스무 날, 그렇게 한 달을 포르투갈에서 보냈다. 리스본에서는 포르투갈을 처음 만나는 여행자로서 그 매력에 빠져 부지런히 돌아다녔고, 포르투에서는 미술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서 도시를 천천히 알아갔다. 두 도시가 주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수집을 했다.
단순한 드로잉 수업일 줄 알았던 미술 수업은 도시를 걷고, 만지고, 맛보며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된 축복의 시간이었다. 넓은 의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경험하게 된 영민은 자신이 가졌던 편협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더 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이미지를 만들고 엮는 법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발견하고 외부의 이미지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하여 영민은 새로운 시선을 갖고,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걷게 됐다. 더 잘 관찰하는 사람, 잘 수집하는 사람, 잘 기록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삶에 새로운 자극과 영감이 되어준 도시, 바로 리스본과 포르투였다. 그때부터 포르투갈은 온전히 영민의 시선에서 기록되기 시작했다.
카메라 대신 연필과 노트로 기록하기, GPS를 켜는 대신 일부러 길을 잃기
영민에게 도시를 걷는 순간은 도시를 ‘수집’하는 시간이었다. 길을 걸으며 관심 가는 모든 것을 아카이빙했다. 사진을 찍거나 드로잉을 하거나 떨어져 있는 것들을 주웠다. 그것들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일단 수집했다. 선입견 없이 도시의 조각들을 모았다. 그렇게 천천히 걸을수록 도시의 풍경은 선명해졌다. 영민은 그 풍경을 잊지 않기 위해 오래 바라보고 스케치했다. 때론 카메라 대신 연필과 노트로 여행을 기록했고, GPS 지도도 멀리하고 일부러 길을 잃어봤다.
이처럼 여행이란 판에 박힌 방식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걷고,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일이다. 인증샷 찍기에 집착하지 않고 카메라를 내려놓는다면, 그 대신 노트에 감상을 끼적이거나 그림을 그려본다면, GPS에 목적지를 찍고 화살표만 따라가는 대신 주변을 더 관찰하고 눈에 띄는 골목으로 들어가본다면, 우리는 저마다의 조각을 줍게 될 테다. 나만의 여행 방식을 깨닫고, 오롯이 자기 시선이 담긴 여행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걷고 관찰하고 수집하며 기록한 이 책 속 영민의 그림과 사진, 오브제들은 포르투갈 여행을 앞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