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의 흔적, 다정한 얼룩
처음으로 만나고 경험한 남성 가족 아버지, 어느 날 길에서 만나 순식간에 시작된 남편과의 사랑, 우정이 바랠 일 없던 친구들, 함부로 몸을 침범하는 악한 손들과 마음을 보듬어준 작가들과 오빠들 그리고 자신의 몸으로 품어낸 아들까지. 작가를 거쳐간 수많은 남성들과의 관계는 사랑과 미움을 거쳐 작가가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남성의 이야기 너머 여성의 삶
남성과의 관계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삶이다. 이야기의 주체는 작가이며 남성과의 관계를 주도하고 해석하는 역할 역시 여성으로서의 자신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들과의 관계는 모두 여성들의 시선에서 나왔다. 늘 남성을 앞세우는 가부장제의 그늘 속에서 여성들은 살아왔다. 세상은 안온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주 어둡고 습한 그늘. 그 속에서 버티고 일구며 매일 성실하게 자신과 주변을 돌보는 여성들의 삶이 이 책 구석구석에 배치되어 있다.
한량 작가는 아버지의 딸, 이성애 여성, 기혼 여성, 아들을 가진 엄마로 살아간다. 동시에 페미니스트로 산다. 이 각기 다른 위치가 한 좌표에 동시에 찍힌다. 어떻게 남성을 사랑해야 할까? 남성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직시해야 할까? 남성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삶이란 어떻게 해석되고 읽혀야 할까? 이 책은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읽어내고자 한 사유이자 몸부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