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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무, 소녀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한 시기에 밝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위로와 위안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겁니다. 어쩌면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말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을 수도 있을 이 이야기를 왜 지금 꺼내야 되는 것인가, 저는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경을 이겨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다’였습니다. ‘그렇다면, 안타깝게도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때마다 곁에 아무도 없었다면?’이라는 답으로 이 책이 나오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 아이를 다시 만나기까지, 학생 시절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던 내 안의 내면 아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체득하기까지의 기간이 꼬박 10년이 걸렸네요. 그 아이를 만나서 제대로 다독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저 스스로 그 아이가 숨어버린 가장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이란 어느 정도일까요. 그 시절 너무 어렸던 나는 도저히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 지워버리고 잃어버린 그 기억을 꺼내 홀로 찢겨나가는 고통과 바꿀 수 없던 과거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내가 겪은 일이면서도, 내 일 이 아닌 양 그저 옆집 철수네 영희는 이랬대- 마냥 나의 고통을 3자화 시키는 것처럼, 그 당시 모두가 그 아이를 무시하고 방치했다고 해서 나 역시 같은 과오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거라고,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보단 크게 소리치고 잘못된 세계를 부숴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나의 삶의 첫걸음으로 나아가는 방법이었던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절대로 납득하지 못했던 진실. 내가 그 아이의 부모이자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목석처럼 메마른 그 아이에게, 내가 물을 주고 자양분을 채우고 햇볕을 쬐어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허물어진 그 땅 위에 강한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그저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는 것. 그 아이에게 어떠한 죄책감도 수치심도 비난도 뿌리내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 아이가 가장 바랐던 것, 잃어버린 마음과 신뢰의 회복, 존재 자체의 부정에서 벗어나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믿음,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존재 자체의 무한한 사랑을 깨닫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고,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있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나를 돌아보는 작업은 굉장히 가슴 벅차고,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과거는 돌아갈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내가 평온함을 가질 수 있는 건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왔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더욱 자신의 상처에 대하여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의지박약이나 나약함으로 치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부임을 존중받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어둡고 긴 동굴 밑바닥에서 숨죽여 울지도 못하는 내면 아이를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께서도 마주할 수 있기를, 마음을 잃어 아파하는 모든 우리 안의 내면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1호 독자인 나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미 양 美 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