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이렇게 콕콕 찌르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끝내 최은영의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렇게
과장과 필터없이 담담하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가진 여러 겹의 자화상을 그려낸 동시대 작가를
처음 만났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평단의 상찬이나 구구절절한 해석없이도, 독자들은 최은영이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시공간과 장면들 앞에서 우리 주변의 친구, 가족, 사회를 떠올릴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최은영이 담담한
톤으로 그려내고 있는 수많은 장면들은, ‘지금 이곳’ 어딘가에서 소외된 얼굴들을 떠올리게 했다.
— 〈이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 그리고 최은영〉 중에서
미래지향적인 나아감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과거를 반추하겠다는 다짐에는 더욱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최은영의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라도 결국 그 자리로 돌아와 선다. 그리고는 그때 미처 못 풀어 놓았던
감정들을 표현하고, 알아채고, 변화한다.
— 〈각자의 흔적은 서로의 몫〉 중에서
최은영의 소설은 되돌아본다. 과거의 어느 시점을 톺아보며 그로부터 너무나 멀리 와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그게 좋았던 시절이든, 찌질했던 흑역사든, 돌려놓고 싶은 후회와 상처든, 간직해야만 하는 추억이든 되돌아보면
그때의 감각과는 다른, 달라진 나의 시점으로 정리가 된다. 하나- 둘- 하고 숨을 참을 수 있는 여백, 그때의 감정을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 〈끝내 내어주어서는 안 되는 마음〉 중에서
결과야 어찌되었든 엄마가 나를 사랑한 것도 사실이고, 의도가 어떠했든 엄마가 나에게 상처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내가 엄마에게 복잡한 마음인 것,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그 사실을 나의
불순함으로 받아들여 자책할 필요 없다고. 《밝은 밤》 속의 ‘나’가 그러했듯,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이해하는 일은
나와 화해하는 일이었음을, 나를 위로하고 용서하는 일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 〈애써보는 마음을 알아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