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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월급사실주의 2023 
/
김의경,서유미,염기원,이서수,임성순,장강명,정진영,주원규,지영,최영,황여정
(문학동네)


133*200mm / 376p / 무선제본 / 날개o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007

김의경 순간접착제 013
서유미 밤의 벤치 045
염기원 혁명의 온도 073
이서수 광합성 런치 101
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137
장강명 간장에 독 165
정진영 숨바꼭질 205
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243
지영 오늘의 이슈 273
최영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303
황여정 섬광 333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까?

바로 지금,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하여
열한 명의 소설가가 직접 겪고 느끼고 써내려간
이 시대의 노동 하이퍼리얼리티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2023』이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동시대 한국사회의 노동 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문학이 더 많이 창작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작가들의 모임이다. 동인의 창작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둘째, 최근 오 년 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셋째, 직접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이들은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 등도 모두 우리 시대의 노동으로 보고 소재로 삼았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농원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현장실습생부터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까지 각기 다른 직업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거창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벅차도록 힘든 순간은 자꾸만 찾아온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보도는 끊이지 않는다.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속으로 삭일 때가 많고, 문득 내면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소설들은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슬픔과 갈등, 관행과 악습, 시장과 정책 변화의 영향 등을 사실적인 필체로 묘사하며 2020년대 노동의 시간을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옮겨 담는다.

김의경「순간접착제」
이십대 청년 ‘나’와 예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르바이트생 고용 시간을 줄이겠다는 마카롱 카페 사장의 말에 그날로 일을 그만둔다. 두 사람에게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이해할 만한 여유가 없다. 떨어진 운동화 밑창을 순간접착제로 붙여가며 신어야 할 만큼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 구한 삼각김밥 공장 아르바이트에서도 일흔의 할머니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각자의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그들에게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지닌 이들의 불안과 애환이 함께 느껴진다.

“여기 인테리어 하나하나 내가 직접 한 거야. 이렇게 금세 접을 줄 알았으면 대충 하는 건데. 대출받아서 급한 불은 꺼놨는데 오래 못 버틸 거야.”
“하루에 두 시간 일하면 용돈도 못 벌어요. 저 카드빚 갚아야 해요. 오늘까지만 할게요.”
예은은 그렇게 말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도 언니를 한번 노려본 뒤 유리문에 달아놓은 풍경 소리가 잦아들기 전에 예은을 따라 나갔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왔다. 쫓겨난 것도,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부서진 기분이었다. 누군가 우리를 뭉개서 내다버린 것 같았다.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려서 주워먹을 수도 없는 마카롱이 된 것 같았다. _35쪽

서유미 「밤의 벤치」
전업주부 경진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안 벤치는 밤이면 가사에서 풀려난 여성들의 쉼터이자 소소한 대화의 공간이 된다. 어느 날, 주차 공간 부족을 이유로 벤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경진은 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시절 자주 시간을 보냈던 장소들을 떠올리고, 벤치와 함께 사라질 그간의 추억을 안타까워한다. 정해진 공간 없이 자주 자리를 옮겨가며 일하는 이들에게 쉼터가 어떤 의미인지,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발원은 무엇인지 소설은 생각해보게 한다.

학습지 교사 일을 하던 시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의 집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고 나올 때면 자신은 떠도는 사람이고 영원히 저기에 속하지 못하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너무 당연한 건데도 경진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만둔 지 십오 년이 지났는데도 자신은 안정적인 세계에 속해 있지 않고 바쁘게 걸으며 어딘가에 도달하려 애쓴다는 기분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해 경진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_58쪽

염기원 「혁명의 온도」
‘나’는 노조에 발을 걸쳤음에도 지금의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 군무원이다. 어느 날 부대에서 신병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대장은 ‘나’의 담당 구역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빌미로 책임을 나눠 지자고 압박한다. 신축 빌라 입주에 필요한 대출금을 마련하려면 진급을 해야 하는 ‘나’는 이 부탁 아닌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다. “실존적 문제 앞에서 혁명 같은 건 사치”라는 주인공의 자조어린 목소리에서 생활을 위해 몸을 낮출 수밖에 없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이 읽히는 듯하다.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외로워서였나. 단톡방에서 나온 오프라인 모임 얘기에 금쪽같은 휴일을 바쳐 참여했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뜨거워도 정작 오프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은 한 줌에 불과한 게 ‘국룰’인데, 그날은 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전날이 10일, 그러니까 월급날이었던 것과 상관이 있었을까? 첫 번개에 마흔 명이 넘는 군무원이 모였다.
“우리 없으면 군대가 돌아갈 거 같애? 씨발, 현역들? 전세규 내용도 몰라서 나한테 물어보는 주제에 말이야!”
3차를 마치고 종로 길바닥에서 누군가 외친 소리가 혁명의 시발점이었을지 모른다. 군무원에게 총기와 군복을 지급한다는 뉴스가 나온 후 일 년 동안 가열된 분노가 폭발하는 소리였다. _68쪽.

이서수 「광합성 런치」
차진혜는 작은 IT 회사의 재무팀장이다. 런치플레이션으로 점심값이 크게 오르자 중간관리자인 차진혜는 직원들의 식대 인상 요구를 대표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녀는 식대를 인상하되 최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이에 대표는 한술 더 떠 직원의 자리를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언젠가는 자신도 껌 종이처럼 가차없이 내던져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진혜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직장인이라면 차진혜의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선 내가 껌 종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재씨는 알까. 식대 인상을 제안하며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잔머리를 굴렸는지 알까. 대표가 너무 까칠해지지 않도록 마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직원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녹는 것을 방지해주는 사람. 그러나 버려질 땐 껌 종이처럼 꼬깃하게 뭉쳐져 가차없이 던져지는 존재, 그게 나라는 걸. _121~122쪽

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건축사로 일하며 건물의 설계 도면을 그리는 윤소장은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직접 짓는 게 꿈이다. 현장을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는 책상 앞을 떠나 건설회사 현장소장이 되지만, 받아든 건 하자 발생 위험이 큰 설계 도면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그는 결국 도면과 다르게 기초를 세우는 현장의 해법을 따른다. 건설 현장의 관행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과 그 안에서 내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상황이 핍진하게 그려진다.

“……건축주가 좋아해.”
“네?”
“도면에 직선밖에 없잖아. 그런데 이런 사선 하나 들어가면 아주 좋아해. 건축주 새끼들이 졸라 신경써서 도면 그려준 줄 안다고. 사선 하나 넣어주면. 이 바닥이 그렇다.”
순간 윤소장에게 어떤 감정의 해일이 밀려왔다. 당시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그 물결에 휩싸여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떠들고, 더 취한 척할 수 있었다.
건축사가 탄 택시가 떠나고 미등의 먼빛을 보고 있던 윤소장은 그 감정의 정체가 슬픔임을 깨달았다. _159~160쪽.

장강명 「간장에 독」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를 배경으로 한다. 신입사원 정수지는 2년제 대학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대기 발령과 희망퇴직 명단에서 제외된다. 그녀도 자신이 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 동료 직원은 그녀에게 사적 감정을 지닌 상급자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한 개인의 일자리가 그의 노력 여하와는 관계없이 거대한 힘과 변화의 물결에 휘청이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가 지난 삼 년 동안 이를 몸소 듣고 체험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김팀장은 이 회사 내년까지 다닐 거야?” 이팀장이 묻고,
“아유, 나갈 수 있으면 바로 나가죠.” 김팀장이 답한다.
나는 언제부터 출근한대? 누군가 디엠으로 묻는다. 이 질문이 가장 많다.
(…)
무급 휴직 언제쯤 끝날 거 같아? 누군가 묻고,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요.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한참 걸릴 거 같아요. 내가 답하고,
수지씨 되게 사측 인사처럼 말한다. 완전히 사측 사람 다 됐네. 상대가 말한다.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_189쪽

정진영 「숨바꼭질」
‘나’는 지방에서 상경한 일간지 편집 기자다. 반지하 고향 집을 판 돈으로는 당장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하자 많은 원룸밖에 구할 수 없다. 그는 생활비를 아끼고 코인을 사들이며 주상복합아파트 매매의 꿈을 키우지만, 부동산 정책의 변화로 아파트값은 사정없이 솟구쳐버린다. 결국 두 배나 불어난 자금으로도 그는 서울 외곽의 전셋집으로 밀려나고 만다. 노력만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청년 주거 안정의 꿈 앞에서 그가 느끼는 절실함과 좌절감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사 년 전보다 손에 쥔 돈이 두 배 늘어났는데도,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나는 서울에서 가장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하다는 대학동까지 가서야 겨우 분리형 원룸 전세 매물을 구할 수 있었다. ㄴ신문사에서 출발해 오십 분 동안 지하철로 움직여 마을버스로 갈아탄 뒤 이십 분을 더 가야 닿는 곳에 있는 매물이었다. 결혼은 꿈이고 연애는 사치였다. 서울에 와서 오히려 더 가난해졌구나. 서울에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구나. 내 모든 노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 같아 기가 막혔다. _231~232쪽.

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태양은 코인 투자로 빚을 지고 배달 일과 택배 상하차 일로 근근이 생활하는 스무 살 청년이다. 그렇게 번 돈마저도 여자친구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멘토에게 갈취당하는 무력한 신세다. 종일 홀로 일하다 배달 음식을 수령하는 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 태양은 비로소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낀다. 투기에 손을 대거나 착취를 당하는 태양의 모습에서 땀으로는 이뤄내기 힘든 커다란 성공을 향한 열망과 그 열망의 힘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재를 목격할 수 있다.

처음엔 부끄러웠다. 헬멧을 쓴 낯선 남자, 나이도, 그 무엇도 가늠할 수 없는 상대를 적당히 경계하는 여성들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는 헬멧을 벗고 나를 설명하고 싶다거나 뭘 그렇게 보냐고 따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충동을 넘어선 단내가 내 몸과 머릿속을 야무지게 채우는 걸 느낀다. 그 단내가 뭐냐고 누군가 진지하게 따져 물으면 한마디도 대답 못하겠지만,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만큼은 달았고, 내가 살아 있는 걸 느꼈다. _253쪽

지영 「오늘의 이슈」
‘나’는 태국에서 한국어교원으로 일하고 있다. 타국이기에 더욱 밀착될 수밖에 없는 다른 교원들과의 관계도, 부품처럼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잡무를 도맡아야 하는 계약직의 처지도 버겁게 느껴지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스스로를 위안하며 웃어보는 것뿐이다. 먼 타국에서 마음의 땅 한 조각조차 가지기 어려운 이들의 고충이 웃음소리에 비쳐 보이는 듯하다.

대개 일이 년 경력을 쌓고 떠나는 자리임에도 나는 총 다섯 번의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마지막으로 서명하면서는 정해진 강의와 그에 수반된 일만 하기로 결심했다. (…) 한국 기관이나 교수에게 보낼 메시지나 메일, 서류를 확인하고 수정해주는 일도, 연구 프로젝트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일도 모조리 거절했다. 마지막 학기가 시작할 때 세운 목표는 존재감 없이 지내기였다. 가급적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자. 누구와도 마주치지 말자. 있는 듯 없는 듯, 사건사고 없이 지내자. _282쪽.

최영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출판 번역가, 인하우스 번역가, 영상 번역가 세 사람은 각각 자신의 일을 용돈벌이 정도로만 생각하는 남편, 과도한 업무 지시를 하는 상사, 번역료를 후려치는 자막 제작 업체 때문에 속이 상해 있다. 그들은 다른 업계에서 번역을 하면 지금보다 노동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업계을 탐하며 달콤한 상상에 젖어드는 그들의 모습과 세 사람이 느껴온 직업의 고충이 대비되며 아이러니는 더욱 선명해진다.

소연씨는 작업 주기가 일주일 전후로 짧은 영화나 드라마 번역 말고, 서너 달, 경우에 따라서는 일 년도 넘게 걸린다는 책 번역이 하고 싶어졌다. (…) 출판번역가들은 적어도 저작권자 대우를 받고 일하는 것 같았다.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경력이나 연륜 때문이겠지만, 이렇게 번역해라, 저렇게 번역해라 같은 업체의 지침 따위를 받는 입장은 아니라고 들었다. 지금은 정말 너무 재재하청업체 같다.
소연씨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검지 끝으로 책표지에 얹힌 ‘장소연 옮김’이라는 활자를 쓰다듬었다. 소연씨의 얼굴로 옅은 빛이 지나갔다._329~330쪽

황여정 「섬광」
특성화고 계약직 교사 공수진은 현장실습을 나간 재학생이 산업재해를 당하자 교감의 지시대로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여 일을 수습한다. 덕분인지 공수진은 다음해에도 계약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원하는 일을 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라고 쉽게 조언하는 이들의 말에 수치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구조와 제도의 문제로 착취당하고 희생당하는 청소년에게, 우리의 삶이 정말 우리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지 작품은 묻는다.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한 건 공수진이었다. 어머니는 가슴을 쥐어뜯었고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그 농원에서 전에도 큰 사고가 났었다는데 알고 있었느냐고, 알고도 보냈느냐고 어머니가 따졌다. 격정의 파동이 공수진의 심장을 휘감았다. 공수진은 동요를 누르고 차분하게 말했다.
“물의 경우는 그 사고와 양상이 전혀 다르고, 더군다나 몇몇 사업체 중 그곳에 지원하고 현장실습협약서에 사인한 건 물의 결정이었습니다. 책임질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저희도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는 뜻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희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머니.” _361쪽.

*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의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거센 물결에 휩쓸리며 자신의 ‘밥벌이’를 지키기 위해 골몰한다. 이러한 시기, 소설가들은 쓰는 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문학의 쓸모와 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동인과 앤솔러지를 기획한 장강명 소설가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작품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눈으로 노동 현장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야기로 남기려는 서사적 시도로 다가온다.

■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아름다운 노래가 재난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그것은 예술의 힘이다. 때로는 찢어지는 비명이 다가오는 재난을 경고할 수 있고 그것 역시 예술의 힘이다.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사이렌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지금 새로운 재난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뭔지, 거기에 어떤 이름이 붙을지는 잘 모르겠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흔든다. 일에서 의미나 보람을 찾는다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현상들을 ‘자본가 대 노동계급’이라는 과거의 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후대 작가들은 알 수 없는 것, 동시대 작가의 눈에만 보이는 것도 있다. 스타인벡도 통화 긴축이 대공황을 불러왔다거나 재정지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를 소설에 쓴 것은 아니었다. 이런 마음으로 기획안을 쓰고 작가들을 모았다. _‘기획의 말을 대신하여’(장강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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