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기 위한 삶만이 보이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드물게 만날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무턱대고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무턱대고 손을 잡을 수 있다. 어쩌면 서로를 알아본 것일 수 있다. 내민 손은 맞잡은 손이 되고, 손을 맞잡고 함께 할 수 있는 게 무척이나 많을 거라 예감한다.
북극서점의 순 사장 슬로보트 님을 만났을 때도 그랬고 김성라 작가님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앞으로 더 소소하고 더 아무렇지 않은, 많은 작당을 함께 하고 싶은 두 사람. 아직은 ‘함께’라는 것을 시작도 안 했지만, 나의 기대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았던 두 사람.
바쁘고 속절없고 어영부영한 나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고르고르 인생관>을 만나게 되었고, 야릇한 간질거림이 입꼬리에 머물렀다.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속절없어 야속했던 나의 시간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음, 시간이 잘 가고 있구나. 무엇이 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구나.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 자신이 되어 가고 있었구나.”
간지러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다니. 산들바람보다 더 보드랍게 마음을 점령하다니. - 김소연 (시인)
슬로보트(지은이)의 말
■ 슬로보트의 《고르고르 인생관》 이야기
종종 아는 사람이 없는 먼 나라로 혼자 여행을 합니다.
여행을 하면서는 스스로가 나의 집이 되고, 그 집을 마음껏 움직여 가며 총천연색의 세상을 바라봅니다.
내가 오늘 가장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성껏 들어주고, 충분히 이루어 주는 평온한 날들입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와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무언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져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을 놓치면 불행해질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날. 고민에 빠진 그 밤에는, 역시 내가 모든 것이 되어 볼 수는 없음을 인정하며 씁쓸하게 잠이 들어요.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 것일까?
푹 행복에 잠겼던 날, 내가 정말 누렸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던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실제의 삶과 나의 가치관이 어긋나면 조금씩 외로워져요.
나를 진심으로 두근거리게 하는 인생관을 우직하게 고르며 스스로에게 향하는 선명한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이 우물쭈물 속삭이는 것을 더 가까이 다가가 들어주고 이루어 주기를,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의 빛나는 구석을 소중히 대해 주기를.
하지만 늘 모든 것을 누릴 수는 없을 테니, 그럴 때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에게 닿는 길을 찾아보면 좋겠어요.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관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찬찬히 발견해 주세요. 우리가 들었던 모든 좋은 노래를 한 번에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노래를 들으며 당신의 노래를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모두 다른 선율의 노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것을 흥얼거리며 집에 돌아오는 날들이 많아지기를 바라요.
자신과 정확히 연결되는 것이 비로소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이 베풀어 주셨던 모든 다정함에 감사드리며, 지금도 애쓰고 있을 당신에게까지 그분들의 다정함이 가 닿기를 바랍니다.
책을 읽고 내게 가장 반짝이는 북극성을 찾았다면, 그것을 향해 씩씩하고 화창하게 걸어가 주세요.
슬로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