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말했다. 나에게 생긴 상처와 금 간 자리는 보기 싫은 흉터가 아니라 빛이 들어오는 통로라고. 그 이미지를 상상한다. 내 머리 위로 전에 들지 않던 빛이 새로 쏟아지는 장면을. 차가운 가장자리를 따라 온기가 감돈다. 그 흉터 난 자리로만 드는 빛도 있다. 경계를 타고 휘어져 들어오는 마음도 있다. 정해진 시간에 예정대로 들어오는 대신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처럼, 이제야 보게 된 반가운 얼굴처럼 상처를 이해하는 순간에야 알 수 있는 기쁨이 있다. (2021.4.27) - <사람은 누구나 금이 가 있고>, P. 19
지나간 슬픔이 맨살을 훑고 지나가는 아침에 돋은 소름이 가신 뒤에도, 나는 하루 종일 뒤를 흘끗, 바라본다. - <산책자의 낮> 중에서, P. 31
마음은 꼬리가 길다.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며 상실과 믿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답하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한 편으로 영영 모르고 싶은 것들 - <꿈 이야기> 중에서, P. 135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마음의 끝은 어디일까. 걸음이 멈추는 곳에 만남이 점을 찍고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 <마음이 잇는 길> 중에서, P.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