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기록을 통해 평범함을 지속하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봅니다.
최근 몇 년간 직장인들 사이에선 ‘퇴사’라는 큰 흐름이 생겼습니다. 나 자신과 나의 꿈을 찾아 과감하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달랐습니다. 회사에 다니며 나를 찾고 꿈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일상의 기록을 통해 퇴사라는 선택 대신 그곳에 남아 묵묵히 꾸준하게 자신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행복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평범함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이유로 목차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 까지 직장인의 하루를 시간 흐름에 따라 구성했습니다.
1장. 새벽 5시 30분 일어나 출근을 합니다. 출근길에 꽃을 보며 봄이 왔음을 느끼고, 장마철에는 비에 젖어 일터에 도착하기도 전에 퇴근하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본조비 음악에 취해 역을 지나치기도 하고, 늦잠을 자서 지각이다 싶었는데 토요일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2장. 9시부터는 블루투스 모드를 업무에 연결합니다. 퇴근 때 까지 도전과 좌절, 기쁨과 슬픔의 리얼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일은 않고 투명한 벽 뒤에 숨어 내 분야가 아니라고만 하는 동료와 일전을 벌이기도 하고, 후배들이 모두 휴가 가서 백만 년 만에 맞게 된 팀 막내 생활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직장 인생 매일매일이 파도타기였다는 선배와 팀을 떠나며 눈물짓는 후배를 응원합니다. 어느 날 급여명세서에서 보이지 않던 항목을 발견하며 놀라기도 하고, 우리 아들 잘 키워 달라 인사하시는 임원의 어머니를 만나 우리가 서로를 키워주는 사이구나! 생각해 봅니다.
3장. 6시면 퇴근을 합니다. 친구들과 맥주 한잔에 에피소드가 피어나고, 가족들과 먹을 소고깃 값을 털어 오랜만에 큰맘 먹고 대학원에 밤공부하러 갑니다. 집에 돌아와선 큰아들 수학 공부를 봐주며 공대 아빠 자부심을 지켜내고, 내일 떠날 회사 워크숍이 소풍, MT와 동급이란 아내의 이야기에 속상해합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릴 만큼 멋들어진 조언을 할 때도 있지만 때론 아이들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4장. 10시 즈음 가족들이 모두 잠든 후에는 나 홀로 영감을 수집합니다. 온전히 나 혼자에게 주는 시간을 보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게 묻습니다. 이제 내 나이에 용기란 더 이상 활활 타오르는 것만은 아님을 생각합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책을 여러 권 한꺼번에 읽습니다. 때로는 낭독하며즐거워 합니다. Post-it을 길게 잘라 책갈피로 씁니다. 책갈피에는 책을 편 날짜를 매번 기록합니다. Post-it에 문장을 수집합니다. 문장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이 모든 이야기 하나하나가 포스트잇 한 장에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