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으로 향하는 산뜻한 직진
작가 이미화는 더는 영화 속 주인공의 특별한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날들 속에서 다만 여행하듯 영화를 본다. ‘나’라는 인간의 평범함에 익숙해지다가도 문득 지겨움이 번질 때, 영화는 나로밖에 살 수 없는 인생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고 내레이션을 흘려주니까. ‘영화 여행’은 여전히 삶의 방향을 수정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기만의 길을 찾아나가는 그에게 헤매면서도 직진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지가 아닐까.
“영화 여행은 오직 영화 속 장면만을 보고 찾아가는 거라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진 실제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 지 알 수 없다. 영화와는 전혀 다른 곳이 나타나는가 하면, 영화 속으로 걸어들어온 듯한 풍경을 만날 수도 있는 게 이 여행의 매력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과 함께 걷던 이미화 작가는 때때로 혼자, 종종 친구들과 함께 영화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의 다정하고 명랑한 친구가 된 기분으로, 장면의 아주 일부를 차지한 뒤 돌아와 삶을 마저 살아낸다. 그러므로 『Moved by Movie』는 작가가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장면을 보물찾기처럼 발견한 선물 모음집이자 삶의 반경을 넓혀준 그만의 지도처럼 보인다.
영화와 현실의 시간 교차로 완성되는 장면
기댈 곳이 필요할 때마다 영화에 마음을 기울였듯,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고민에 말을 걸며 ‘영화 처방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미화 작가는 말한다. “영화는 나와 완전히 관련 없다고 믿었던 이야기가 순식간에 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경험”이라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속 도쿄와 치바현,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가마쿠라, <걸어도 걸어도> 속 요코하마와 요코스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속 미우라시, <러브레터> 속 오타루까지. 비밀스런 고민을 안고 제각기 다른 골목으로 숨어들었지만 결국 무언가와 연결되고 마는 이야기는 현실의 우리에게도 반짝이는 실마리 하나를 남겨둔다.
이미화 작가만의 ‘포토로망(Photo+Roman. 사진과 이야기를 합한 의미로, 사진을 구성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기법)’으로 채워진 사진집을 따라가다 당신이 멈추게 되는 곳은 어디일까. 영화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에 이제 우리가 스며들 차례다.
“일본 영화는 내게 일종의 해방이다. 설렁설렁 살아도 충분하다는, 의미 없이 살아도 된다는 인생의 해방. 이 책에는 그런 마음으로 여행하며 담은 장면들이 실렸다. 당신에게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이 해방이길 바라며.”